◈말숲산책 '예/아니요'와 '아니오'

2015-10-26     허훈
◈말숲산책 '예/아니요'와 '아니오'

자식 교육을 시키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게 있다면 ‘숙제 챙기기’다. 그래서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숙제 없어? 숙제부터 하라.”고 채근한다. 아이가 밖으로 놀러갈 때면 “숙제는 다했니?”하고 확인까지 한다. “아니요. 아직 다 못했어요.”라고 대답하면 “조금 놀다 와서 숙제 꼭 해야 한다.”며 노는 시간을 확 줄인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문장은 “아니요. 아직 다 못했어요.”라고 한 아이의 말이다. 답변할 때 ‘아니요’로 해야 할까, ‘아니오’로 해야 할까. ‘아니요’가 맞다.

먼저 ‘아니요’의 구조를 살펴보자. ‘아니요’는 감탄사 ‘아니’에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요’가 붙은 말로 윗사람이 묻는 말에 부정하여 대답할 때 쓰는 말이다. ‘아니’는 아랫사람이나 대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묻는 말에 부정하여 대답할 때 쓰는 말로 “잠자니?” “아니, 안 자.”/“무슨 일 있니?” “아니, 아무 일도 없어.” 등과 같이 쓴다. 이 단어에 존대의 보조사가 ‘요’가 붙어 ‘아니요’가 된다. “이놈, 네가 유리창을 깨뜨렸지?” “아니요, 제가 안 그랬어요.” 등처럼 쓴다. ‘아니요’도 역시 감탄사다.

이에 비해 ‘아니오’는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형용사 ‘아니다’의 활용형이다. “이것은 책이 아니오.”와 같이 서술어로만 쓸 수 있다. 종종 어미 ‘-요’와 혼동되기도 하는데, ‘-요’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따위를 열거할 때 쓰이는 연결 어미로 “이것은 말이요, 그것은 소요, 저것은 돼지이다.”처럼 쓴다. 세 단어의 쓰임을 보면, ‘아니요’는 ‘예/아니요’처럼 대답할 때 쓰고, ‘아니오’는 “건성으로 대답한 것은 아니오.”처럼 서술어로만 쓴다. ‘-요’는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붓이요, 또 저것은 먹이다.”처럼 연결 어미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