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호접지몽(胡蝶之夢)

2015-10-27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호접지몽(胡蝶之夢)


대웅전에 부처 뵙고 나오니
신발에 부처가 앉아 계셨네.
똑바로 걸으라는 뜻
신발도 나비도 저 손도 이음이라
사는 것이 한바탕 꿈이라더니.
-이용철(시인)



중국 장자(莊子)편의 ‘호접지몽’이다.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유유히 날아다니다 문득 깨어 보니 나비가 아니라 분명 장주 자신이 아닌가. 장주가 꿈에서 나비가 된 건지 원래 나비인데 꿈속에서 장주가 된 건지 알기 어렵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그 사이에 어떤구별이 있다는 말인지. 물아의 구별이 없는 만물일체의 절대경지에서 보면 손도 나비도 신발도 모두 이음이며 자아와 외물은 본디 점철된다는 말이겠다. 인간 세상의 덧없음을 깨닫고 나오는 신발 위에 어떤 가르침 하나인 듯 나비를 발견하는데, 혹 남은 길 똑바로 걸어가라는 뜻인지도 몰라. 그래 그래 사람답게 살라는….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