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리 깜짝 문학이벤트’ 같은 날들을

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

2015-11-16     경남일보
엊그제 주말, 두 번째 ‘평사리 깜짝 문학이벤트’를 열었다. 필자가 일하는 평사리문학관 아래 최참판댁 안채 마당에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퀴즈를 내고 알아맞히는 방식이다. 이곳을 주요 배경지로 장편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과 소설에 대한 문제인데, 알아맞히면 박경리 선생의 작품집 한 권을 상품으로 나눠주었다.

때마침 큰들에서 소설 ‘토지’를 각색해 만든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이 있어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아이들에서부터 어르신들까지, 가족과 단체 관광객, 형제봉을 올랐다가 하산한 등산객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깜짝 문학이벤트’와 ‘선물’을 준다는 말에 모두들 눈을 반짝이며 문제를 경청했다. 문제를 맞힌 사람은 가족과 동료들과 함께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다. 맞힌 사람뿐만 아니라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어렵지 않고 객관식 문제였으므로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즐거워할 수 있었다.

그렇다. 우연히 혹은 가을 경치를 즐기기 위해, 혹은 또 소설 ‘토지’의 배경지를 보러 왔다가 재미있는 마당극도 보고 ‘문학이벤트’에서 뜻하지 않게 책 한 권을 선물 받게 된 것이었다. 상품이나 선물이라면 크든 작든 기분 좋은 것이지만 이렇게 좋은 가을날에 박경리 선생의 소설이나 시집을 받았다면 분명 행운이라고 생각할 만했다. 박경리 선생은 생전 ‘본전론’을 강조했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빌린 본전을 까먹지 말고 그 이자만 가지고 살다가 본전은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두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생명사상’을 온몸으로 설파했던 것.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자만으로는 턱도 없거니와 끊임없이 본전까지 내어놓으라고 압박한다. 사실 본전을 내어놓고도 살아가기는 팍팍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을 자주 보곤 한다. 이런 때 ‘평사리 깜짝 문학이벤트’ 같은 이벤트를 자주 가져보았으면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무료 공연이나 이벤트가 자주 열리곤 한다. 정부나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은 문화예술 공연의 경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더러 열리곤 한다. 스스로를 위해, 혹은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이벤트로 삶의 활력을 찾아보기를 권해 본다.
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