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함성

2015-11-25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함성
 

쌀 2000포대의 한숨
이 속에 농민의 피와 땀과 눈물
고루 다 들어 있다
낱알 하나하나의 한숨
농민의 함성이다
-차용원


쌀 한 톨의 무게는 대략 0.02g으로, 세계 인구 60% 이상이 주식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아시아의 문명과 숨을 여기까지 연결해온 으뜸 곡물이다. 이 땅 백성이라면 저 한 톨의 쌀에 농민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있음을 모를 리 없다. 그러니 신께서 알알이 황금보자기에 담아 가을 들판을 물결치게 함으로써 그 귀중함을 온 천하에 알리는 것 아니겠나.

여기 건조 벼 2000포대가 비 오는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의 쌀 수입정책을 규탄하며 밥쌀 수입중단과 쌀값 보장을 외치고 있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농민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대변하는 듯 플래카드를 붙든 나무가 붉은 한숨을 뱉는 중이다. 디카시 ‘함성’은 ‘형평문학 디카시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천융희 ·《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