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라면 '붇고', 얼굴 '붓고'

2015-11-23     허훈
◈말숲산책-라면 '붇고', 얼굴 '붓고'


라면은 우리가 즐겨 먹는 대표 즉석식품 중의 하나다. 부담 없는 가격에다 조리도 간편해 인기다. 그래서 라면 없는 집은 없고, 아예 박스째로 쌓아둔 집도 있다. 특히 자취생이나 나 홀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한 끼를 때우는데 라면만큼 좋은 게 없다. 늦은 밤, 출출할 때 달걀 ‘탁’ 파 ‘송송’ 넣어 끓인 라면은 꿀맛 그 자체다. 라면을 맛나게 먹은 후 포만감에 젖어 단잠에 빠져든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다음 날 아침, 약간 부은 얼굴에 화들짝 놀라곤 한다. 퉁퉁 ‘불은’ 라면을 먹지 않았는데, 얼굴이 부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붇다’와 ‘붓다’를 잘 구별하면 붓지 않을 수도 있다. 표기에서만큼은 그렇다는 얘기다. ‘붇다’는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거나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짐을 의미한다. ‘국수가 오래되어 붇다./체중이 붇다.’처럼 쓴다. 라면을 다 끓인 후 제때 먹지 않고, 조금 지나 먹으면 ‘붇기’ 일쑤다. ‘붇다’는 ‘불어, 불으니, 붇는’ 등으로 활용한다. ‘젖이 불어 오르다./체중이 좀 불었다./어묵을 넣은 후 너무 오래 끓이면 퉁퉁 불으니 적당히 끓여야 한다.’와 같이 쓴다.

‘붓다’는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얼굴과 다리가 퉁퉁 붓다./울어서 눈이 붓다.’처럼 쓴다. ‘붓다’는 ‘부어, 부으니, 붓는’ 등으로 활용한다. ‘편도선이 부어서 말하기가 곤란하다./얼굴이 붓는 이유는 뭘까?’와 같이 쓴다. 라면은 ‘붇기’ 전에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좀 지나면 라면이 붇는다. ‘불으면’ 쫄깃한 면발을 맛볼 수 없다. 퉁퉁 불어터진 라면은 먹기에도 역겹다. 아무리 맛있는 라면이라도 자기 전에 먹으면 다음 날 얼굴이 ‘붓기’ 쉽다. “라면은 ‘붇기’ 싶고, 얼굴은 ‘붓기’ 싶다.”로 알아두면 된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