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사종의 맥놀이

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

2015-11-30     경남일보

새벽 갓밝이 전에 먼 곳으로부터 아련히 전해져오는 범종소리의 맥놀이를 듣곤 했다. 범종소리는 아주 작고 낮게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곧 심장 박동과 합쳐지곤 했는데,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러면 이내 맑은 기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대략 두어 편의 연지사종에 대한 동화를 쓰고 난 후부터였다. 특별히 종교를 가지지 않은 탓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심상하게 넘기곤 했던 소리였다. 연지사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난 뒤, 범종에 대한, 문화재 환수운동에 대한 모든 것이 마음속 깊이 들어왔다.

그 무렵, 충북 진천에 있는 종박물관에도 다녀왔다. 동행했던 아들과 딸은 “뜬금없이 웬 종박물관?”이라며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박물관을 둘러보고 난 뒤에는 눈빛이 달라졌다. 우리 범종의 가치, 범종을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보고나자 마음자세가 퍽 달라지는 듯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은 범종 표면의 여러 문양을 신기하게 들여다보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들은 범종소리가 끊일 듯 끊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커졌다 작아졌다 변화를 일으키는 맥놀이현상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범종에는 종교적인 신념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조금씩 이해했다.

며칠 전, 연지사종환수위원회에서 보낸 우편물을 받았다. 지난 10월 27일 일본에서 가졌던 ‘연지사종 환수를 위한 한·일토론회’ 자료집이었다. 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정혜 스님이 토론회에 참석할 겸 같이 일본에 가자고 할 때, 다른 일정 때문에 가지 못한 것을 새삼 아쉽고 송구해하며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나갔다.

우리와 일본 간 분명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문화재 반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거나 자신들이 가져가지 않았다면 조선에서 녹여 무기로 만들었을 거라는 일본측 발표자의 발언, 종은 녹슬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보여주지도 않는다는 부분에서는 공분이 일기도 하였다.

연지사종을 되찾아오기 위한 시민운동이 시작된 지 8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환수위원회가 백방으로 애쓰고 있으나 정작 시민들의 관심도는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다시 한번 시민들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