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八下八의 忘年之友

이수기 (논설고문)

2015-12-10     경남일보
요즘 연말모임인 ‘망년회(忘年會)-송년회(送年會)’가 한창이다. ‘망년’의 ‘망’은 망년지교(忘年之交) 또는 망년지우(忘年之友)에서 온 말이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귀는 벗을 ‘망년지교(망년지우)’라 한다.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서로 친구로 사귄다는 뜻이다.

▶일본은 연말에 친구·친지들과 어울리며 요란하고 떠들썩하게 보내는 풍습이 우리의 ‘망년회’로 정착됐다. 우리식으론 ‘송년회’는 한 해를 보낸다는 의미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과 맥을 같이한다. 우리는 연말이 되면 시끄럽기는커녕 오히려 지나간 해를 반성하고 근신하면서 조용하게 보냈다. 일본 사람들은 ‘망년’이었지만, 우리는 ‘수세(守歲)’였다.

▶‘망년회’를 풀이하면 한 해(年)를 잊는(忘) 모임(會)이란 뜻이다. ‘송년’은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먹고 마시며 한 해를 잊어버린다는 뜻의 ‘망년회’와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새해의 첫날인 설날도 ‘신일(愼日)’이라고 했다. 설날 역시 근신하며 보내는 날이었다.

▶‘망년지우’를 맺을 수 있는 나이는 ‘상팔하팔(上八下八)’이라는 말이 있다. 위로 여덟 살, 아래로 여덟 살까지는 ‘망년지우’로 사귈 수 있다는 뜻이다. 조혼 풍습으로 ‘상팔하팔’을 넘으면 자칫 부친과도 친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한계를 정한 것이다. 여덟 살이 넘으면 ‘부사지(父事之)’, 즉 아버지를 대하는 예로 대한다는 것이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