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아이들 잡는 나쁜 어른들

김귀현기자

2015-12-20     김귀현
취재의 시작은 ‘역추적’이었다. 지난 5월 창원에서 청소년 성매매를 알선한 20대 남녀가 징역형 선고를 받은 뒤다. 성매매 과정에서 랜덤채팅 앱이 이용되고 있어 이를 통해 성매매 경로를 알아보고자 했다. 성매수 남성으로 위장한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성매매 대상을 구하는 여학생으로도 위장해 봤다.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쪽지가 폭주했다. 취재를 다시 시작한 시기는 랜덤채팅 앱에 자체 규제가 생긴 뒤였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성매수 남성들은 상대가 10대 여성이라는 점을 반기는 눈치였다. 학생이라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는 설명에는 데리러 가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탈선을 말려야 할 어른들의 쪽지는 그 뒤로도 100여 차례 이어졌다. 재미로 접속한 학생들을 비롯해 가출 청소년 등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특히 큰 위험이 될 듯 했다. 범죄의 손길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랜덤채팅 앱은 범죄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직접 접속해 본 결과 매개체일 뿐이었다. 때문에 해답이 앱 규제나 접속 연령 제한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랜덤채팅 앱의 접근 장벽을 높이자”고 주장하든,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매수 시도만으로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든 이는 어른의 선택이다. 나쁜 어른들은 지금도 용돈을 빌미로 아이들을 노리고 있다. 어느 쪽이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