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5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5-12-29     경남일보
해는 서산에 기울었다. 올해도 끝자락에 와 있다. 세월이 덧없다. 셰익스피어는 가는 세월을 야박스러운 주막집 주인에 비유했다. 가는 손님에게는 건성으로 이별을 고하고 오는 손님을 활짝 웃으며 반긴다는 것이다.

▶누구나 연말이면 지난 세월을 후회하며 잊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망년회가 성행한다. 좋은 기억력은 놀랍지만 망각하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는 치(置)지(之)망(亡)역(域)의 철학이 가슴에 와 닿는다. 본래 망년회는 일본풍습이다. 우리의 망년은 조(照)허(虛)모(耗)라 해서 옥황상제를 만나고 온 부엌신을 반기기 위해 집안 곳곳에 촛불을 켜놓고 경건하게 보냈다. 섣달 스무나흗날부터 일주일간 부엌신이 하늘에 올라 모든 가정사를 낱낱이 고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다사다난했다. 해를 넘기지 않고 위안부 문제를 타결한 것은 큰 다행이다. 우리고장도 90년 만에 도청의 일부가 들어서 새로운 서부시대를 여는 원년이 되었다. 혁신도시도 자리를 잡아가고 미래성장동력인 항공산업도 기반을 굳건히 하고 있다.

▶그러나 오직 정치만은 암흑속을 헤매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고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추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정치 실종의 한 해를 보낸 것이다. 정치에 관한 한 누구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였다. 그래서 을미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듀 2015.
변옥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