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각 단어는 띄어 쓴다

2016-01-13     허훈
◈말숲산책-각 단어는 띄어 쓴다

띄어쓰기의 원리는 ‘한글 맞춤법’에 명시돼 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가 그것이다. 이 규정은 명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띄어쓰기의 기본 단위인 ‘단어’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공부를’에서 ‘가, 를’과 같은 조사는 띄어쓰기 어려운 의존적인 요소(단독으로 쓰이지 않는 어미와 조사, 접사 등)로 의존하고 있는 대상과 띄어 쓰는 일이 없다. ‘이번 대회는 우리 학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그 약을 먹고부터는 몸이 좋아졌다.’의 두 문장에서 ‘에서, 부터는’ 조사로 앞말에 붙여 쓴다.

또 의존적인 말이 여러 개 겹치더라도 띄어 쓰지 않는다. ‘학교에서부터’에서 ‘에서, 부터’ 두 개의 조사가 나타났지만 띄어 쓰지 않는다. ‘진주에서처럼만’에서 ‘에서, 처럼, 만’ 세 개의 조사가 겹치었지만 붙여 쓴다. 그리고 “알았다.”라고처럼 조사가 어미 뒤에 붙는 경우에도 붙여 쓴다. 이와 같이 조사는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단어 뒤에 종속적인 관계로 존재한다. 즉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는 원칙을 기억하면 된다.

띄어쓰기의 복병 ‘뿐만 아니라’는 ‘뿐’과 ‘만’이 의존적인 요소이므로 단독으로 쓰기 어렵다. 따라서 ‘그뿐만 아니라’와 같이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이에 비해 자립적인 말은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경우에만 붙여 쓴다. 예를 들어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을 뜻하는 ‘노루귀’는 한 단어이므로 붙여 쓴다. 그렇지 않고 ‘노루의 귀(耳 )’라는 의미일 때는 당연히 띄어 써야 한다. 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식물명 ‘노루귀’는 한 단어이므로 띄어 쓸 이유가 없고, ‘노루의 귀’라는 뜻일 때는 ‘노루 귀’로 붙여 쓸 이유가 없다.

허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