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69)

<129>경남문단에 최근 발표된 소설과 수필들(1)

2016-01-14     경남일보
경남에서 활동하는 소설가로는 문신수(남해), 김춘복(밀양),이재기(진주), 김인배(진주), 표성흠(거창) 등이 그동안 선두주자로 작단을 이끌어왔다. 물론 이들은 대체로 1970년대 작가들이다. 그 이후 하아무, 김현우, 이광수, 김동민, 이해선, 박주원 등이 다투어 등장하여 활동했지만 경남에서는 시나 시조, 수필에 비해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떨어지는 활동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왜 경남에는 현역 소설가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구경남으로 치면 김정한이 이쪽 출신이고 통영 출신 박경리가 솟아 있고 진주 하동권에 이병주가 났고 합천에는 이주홍이 났다. 그러니까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소설가와 소설은 건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통영시의 동피랑 작가실 운영이라는 혜택을 입어 강석경이나 이건청 시인 등이 통영에서 작품을 썼다. 그 사이 부산 출신 소설가 유익서가 한산도 보건소 건물에 들어 6년 정도 지내는 가운데 <한산수첩> <세 발 까마귀>(장편) 등을 출간하여 필력을 과시하며 지역 문단에 힘을 보탰다.

유익서 소설가는 1945년 부산에서 츨생하여 중앙대 국문과를 수학하고 동아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部曲>이 당선되었고 1978년 다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축제>가 당선되었다. 그간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비철 이야기>, <가스등>, <아벨의 시간>, <소리꽃>, <새남소리> 등을 펴내면서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이주홍문학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진주의 김인배 작가와 더불어 ‘작가’ 동인으로 활약한 그는 작년 2015년 7월 장편 <세 발 까마귀>(나무옆의자)를 출간하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소설은 경남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중에서 지역만이 갖는 특수한 소재로 씌어진 것으로 그 의미가 깊다. 통영지방에 내려오는 천년 전통의 칠예기법을 이용한 회화의 발견이 신선한 미학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곧 가장 통영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이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주제이다.

이 작품은 잘 나가던 미술과 교수 박정후가 음해에 의해 세상을 비관하고 통영 언저리에 와서 세상을 버리기로 작정한다. 죽을 장소를 물색하다가 통영의 옻칠 회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비전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은 옻칠미술관 손수나 학예사와 평생을 옻칠미술에 바친 미술관장인데 이들과 함께 이미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이름을 바꾼 강희로서 새롭게 창작에의 불꽃을 태우게 된다. 마침 옻칠미술관의 전시에 3편을 전시했는데 이것이 주목이 되고 세계적인 큐레이터 제임스 오트의 눈에 띄어 거액을 받고 팔려나간다. 소설은 이렇게 박정후(강희)가 옻칠회화로써 거듭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 유익서는 <작가의 말>에서 “한산도 유배지에서 위리안치된 지 여섯해, 인간으로서의 외로움이 사뭇 두터워 세상의 믿음을 ‘전복’하거나 ‘반란’을 자주 도모해 왔다.....전복과 반란의 돋보기로 이름다움의 생김새와 바탕을 궁구해 보았다.”라 말한다. 그는 전통이 갖는 ‘정법’에서 출발한 전복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 사이의 긴장과 균형이 소설 전체에 흐르는 힘이다. 그래서 책을 몇 번 접지 않고도 완독을 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