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분신 (임성구 시인)

2016-01-17     경남일보
[주강홍의 경일시단] 분신 (임성구 시인)


여자의 방 빠져나온 울혈의 날들이

전조등 하나 없이 저벅저벅 어둠 사린다

어머닌 이미 강을 건너시고

빈 배에 앉아 시를 쓴다



둥글게 매끄럽게 살란 말씀 새기는데

툭툭 터진 실밥처럼 보풀거린 문장이

자꾸만 갓길을 가고 있다

천길 벼랑 뾰쪽한 길



곁가지는 쳐내야, 모난 돌은 다듬어야

아름드리 된다는데, 꽃빛도 환하다는데

아직도 나를 태우며 가는 길이 아득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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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나, 의지와 사유에 얽매이면서도 자기모순과 굴레가 엇박자인 나.

모나지 말고 둥글게 살아가란 어머니의 말씀은 저 세상에서도 낭랑하신데

터져서 비집고 나오는 열혈의 감정들은 온 몸에 보풀거린다. 나는 누구이며

너는 또 누구인가, 진신이면서 분신인 너, 그리고 나. 그 모진 인연. (주강홍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