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공중전화 흥망성쇠

동전 맛 잊은 공중전화 도내에만 3900여개

2016-01-14     김귀현
가정용 전화기가 귀해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줄을 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통화가 끝난 뒤 잔액이 남으면 다음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수화기를 올려두곤 했죠. 공중전화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보급돼 1990년대 후반 ‘삐삐’의 대중화와 함께 전성기를 보냈는데요. 공중전화는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쇠퇴기를 맞았습니다. 현재는 공중전화용 IC카드도 찾기 쉽지 않은데, KT에 따르면 경남 지역 내 편의점 등 69곳에서 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때 전국 15만 대 이상이었던 공중전화기는 현재 절반 아래(7만 여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기준 경남 내 공중전화는 총 3958대. 지난 2005년 7211대에 비하면 45%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매해 운영 수익도 20% 가량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국 공중전화 대수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중전화 매출액이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해마다 발생한 손실보전금은 유·무선 통신사가 분담하고 있습니다.

적자에도 공중전화가 건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중전화 사업이 ‘보편적 역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전기통신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수요가 적다보니 ‘철거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유지 내 공중전화를 철거해달라는 요청이 잦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KT링커스 영남지역본부 시설담당 측은 “정부 정책에 따라 매년 철거 할당량이 떨어지면 공중전화를 철거하고 있다”며 “군 영내 등을 제외하면 올해 공중전화기 신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중전화는 살아남기 위한 변신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는 교통카드와 신용카드로도 전화를 걸 수 있는 모듈이 추가됐습니다. 또 부스에 은행 ATM기가 합쳐지는가 하면, 스마트기기 충전소, AED(자동 제세동기)도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치된 ‘멀티부스’가 경남에만 90대가 넘습니다. 활용도 외에도 시민들은 추억, 역사물 가치 등을 철거 반대 이유로 들었습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공중전화 답습니다. 길 모퉁이 공중전화, 여러분은 언제 마지막으로 만져보셨나요?

김귀현기자 k2@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