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석화

2016-01-20     경남일보
석화



죽은 몸 열고

마지막, 무한히 많은 고백의 순간들 튀어나올 때

상상할 수 없는 빛나는 절정, 꽃이 핀다



-이기영(시인)



진정 눈부신 것들은 비로소 절정에 다다랐을 때 저리 황홀한 꽃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일렁이는 파도에 쓸려갔다 밀려오기를 반복하였을, 바다의 사연을 모조리 끌어안고 견뎌낸 목숨이 사뭇 아프다. 석화라 하면 바위에 붙은 굴 껍데기가 꽃잎을 닮아 붙여진 이름 아니던가. 수중을 부유하다 겨우 죽은 나뭇가지에 제 몸을 부착하였을 저 한 그루 목화. 하루에 7L가량의 바닷물을 들이키며 숨을 고른 한 알 한 알의 저 시린 몸. 날카로운 ‘죗망수’로 한 쪽을 열어 속살 모조리 뺀 후에야 빛을 발하게 되는 진정한 몸의 언어인 것이다.

지금쯤 바닷가 굴 구이집 천막 밖에는 하얀 껍데기가 무덤처럼 쌓이고 있겠다. 시리도록 눈부신 맨살의 문장 앞에서 우리는 내 안의 못 다 부른 노래를 가만히 흠흠…./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