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복수 표준어 '덩굴/넝쿨'

2016-01-19     허훈
◈말숲산책-복수 표준어 '덩굴/넝쿨'

우리말에는 복수 표준어란 게 있다. ①앞말을 원칙으로 하고, 뒷말도 허용하는 것.(네/예, 쇠고기/소고기, 괴다/고이다, 꾀다/꼬이다, 쐬다/쏘이다, 죄다/조이다, 쬐다/쪼이다 등) ②어감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 또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다 널리 쓰이는 경우.(거슴츠레하다/게슴츠레하다, 고린내/코린내, 구린내/쿠린내, 꺼림하다/께름하다, 나부랭이/너부렁이 등) ③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된 것.(멍게/우렁쉥이, 물방개/선두리, 애순/어린순 등) 등이다. 즉 복수 표준어는 같은 뜻을 나타내는 낱말을 모두 표준어로 삼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뒤섞어 쓰면서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한 예로, 덩굴과 넝쿨의 쓰임새다. 덩굴로 쓰도 되고 넝쿨로 표기해도 괜찮은데, 꼭 ‘덩쿨’로 고집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덩쿨’이란 단어는 없다. 담쟁이덩굴이나 담쟁이넝쿨로 표기하면 맞는데, ‘담쟁이덩쿨’로 적으면 틀린다는 얘기다. ‘덩쿨회’란 모임 이름 역시 잘못된 표기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생활 속 틀리기 쉬운 낱말을 들어본다. ‘노을’도 맞고 ‘놀’도 맞다. ‘놀’은 ‘노을’의 준말이기 때문이다. ‘가뭄’은 잘 아는데, ‘가물’은 생소해 틀린 말로 취급하기 십상이다. ‘가물’은 ‘가뭄’과 같은 말이다. 또 흔히 문학 작품 따위에서 ‘날개’를 이르는 말인 ‘나래’도 표준어다. ‘나래’는 ‘날개’보다 부드러운 어감을 준다. 벌레와 버러지, 고깃간과 푸줏간, 삽살개와 삽사리, 헛갈리다와 헷갈리다 등도 복수 표준어로 입맛대로 골라 아무거나 써도 된다. 또 하나, 어린아이의 말로, 알록달록하게 곱게 만든 아이의 옷이나 신발 따위를 이르는 말인 ‘고까’가 있다. 이 역시 ‘꼬까’, ‘때때’와 같은 말이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