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아침 현관에서

2016-01-27     경남일보
아침 현관에서


변함없는 내 길동무여.

오늘도 마땅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김석윤


생의 무게를 감당하는 중심축이 늘 기우뚱하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새장 같은, 저 감옥 같은 구두는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운명이기에 다음 행선지를 위해 밤새 숨을 고르는 것이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이라니! 자유로운 비상을 꿈꿀 수 있는 세계를 비껴 그저 일상적인 삶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속박의 현실을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침 현관을 나설 때 절망보다는 희망인 까닭은 좌우로 늘어선 내 든든한 혈육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곤히 자는 가족들의 숨소리 들으며 두 발을 살며시 가죽구두로 밀어 넣을 때 휘어진 등이 곧추 세워지는 순간임을 아버지는 알고 있다. 삶의 하중을 오롯이 견디며 순한 말처럼 오늘도 우리를 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저, 저 길동무 /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