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의 ‘권력자’ 발언

이수기 (논설고문)

2016-02-03     경남일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권력자’ 발언으로 친박과 비박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 대표의 ‘살아 돌아오라’는 메시지는 ‘친박 학살’이었다는 2008년 4·9총선 공천의 데자뷔다. 당시 친이(친이명박)계의 주도 공천에 박근혜 의원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낙천 친박계에 “살아 돌아오라”고 했다. ‘권력자’ 운운하며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김 대표가 같은 말을 한 것을 보면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과 ‘비박’ 간의 공천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분위기다. 양자의 대립은 다가올 20대 총선의 공천을 염두에 둔 것임은 물론이다. 그간 친박과 비박계 사이의 갈등은 끊임없이 노출돼 왔다.

▶김 대표의 ‘권력자’ 논쟁이 급속도로 공천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총선 공천을 좌우하는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 위원장과 위원 인선을 놓고 계파 간 마찰이 표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권력자’ 발언으로 촉발된 계파 간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나들면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

▶집권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권력자’라고 칭하며 주변 인사들을 ‘완장부대’로 공격하는 것은 여권 내 계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권력자’ 논쟁을 벌일 만큼 한가한 시국이 아닌 점을 감안, 국민들 중에는 친박·비박 다툴 바에 차라리 갈라서라는 말도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