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어둠의 사생활

2016-02-11     경남일보



어둠의 사생활


어둠꽃이 피었다


저 찬란한
꽃 시절이 없다면

어둠은 얼마나 억울한 짐승인가

-조은길(시인)



현실의 곳곳에 실재하는 생의 또 다른 이름, 어둠은 마치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 같다. 그래서인지 밤이 깊을수록 속수무책 번져가는 저 화려한 불빛들이 때론 처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삶의 속사정들이 저 꽃술 하나하나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이는 어쩌면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삶의 무게로 인해 느껴지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이제 ‘시는 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다’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짙은 어둠을 수용함으로 빚어낸 ‘어둠꽃’이야말로 발명 아닐까? 소멸이 아니라 어둠으로 인해 재생하고픈, 빛나는 것들을 더욱 빛나게 하고픈 시인의 속내가 독자에게 참으로 위안이 되는 것이다. 오늘 밤! 저 불빛 헤아리며 ‘어둠꽃’의 꽃말을 잠잠 생각해볼 일이다./ 천융희 ·《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