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우리 자신이 보이는 겨울밤

이석기 (수필가)

2016-01-11     경남일보
자신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겨울밤에는 삼라만상이 잠든 듯 고요함 속에 진실해지는 자신만의 시간이 허용된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자면 모든 것이 떠오르고, 하늘에 해가 떠있는 동안에 있었던 희로애락도, 이렁저렁 일들도 밤에는 잊을 수 있다. 모든 일들이 생각났다 흩어지고 비로소 생각도 생각할 수 없듯, 오직 우리 자신만이 들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슴속에서 진실로 흐르는 눈물인 듯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리는 시간은 오직 밤이라고 봐야 한다.

보기 힘든 우리의 참모습이 들어나는 것도 바로 밤일 수밖에 없다. 모습 그대로 가식 없는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오르지 어두운 색깔이 탄생 되었는지도 모른다. 밤 시간은 거짓이 없는 진실에 하소연할 수 있는 시간이면서도, 우리 자신을 찾아 순수함으로 돌아가기에 가장 좋다고 볼 수 있다. 실지로 조용해서 좋고, 그 무엇도 볼 수 없는, 그래서 가장 깨끗한 마음으로 거짓이 없는 진실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릇 어두운 밤이기에 마음도 가슴을 열고 눈을 뜨는 건 아닐까? 우리 자신만을 볼 수 있기에, 거짓과 참모습의 모든 걸 알 수 있어 참으로 좋다. 때로는 자신의 무능함을 깨닫고 잘못을 뉘우치면서, 가식도 거짓도 없는 진솔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자신을 되찾는 건 아닐까. 어쩌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진짜 거짓이 없는 참된 자신을 가질 수 있길 원하는지도 모른다. 이러해서 고요한 밤은 자신만의 공간으로서, 밤의 시간이 낮보다는 진실해지는 시간이라 볼 수 있다.

공간개념일까 마는 밤은 이상스러울 만큼 인간을 올바르게 하고 진실하게까지 한다. 생각해보면 잘한 일보다는 부끄러운 일이 더 많았고. 잘못된 기세로 너무 보잘 것 없는, 하찮은 것에까지 자신이 고집을 부렸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잘났다기보다는 가엾다는 걸 찾아내는지도 모르지만, 깨달음의 마지막에 와서는 참으로 자신이 가엾다는 생각에 비로소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게 밤이기도 하다.

여명과 함께 아침이 밝아 오길 기다리며, 바라는 바 뒷날을 맞이하면 마음은 참으로 순수할 수밖에 없다. 말은 없어지고 우리의 마음은 맑고 밝아지며, 그래서 욕심을 내려놓고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밤처럼 그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실로 말하건대 자신의 가슴보다 더 바르고 곧은 행동이 어디 있으랴. 잠들지 못하는 고요한 밤에 달관(達觀)에 이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가. 많을 걸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밤이야 말로 삶을 슬기롭게 살아가도록 만들어 준다는 걸 잊지 말자.

 
이석기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