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횡단

2016-02-25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횡단

누군가는 돌다리를 건너고

어떤 이는 눈길을 걸어가고

또 누군가는 설상가상을 넘는다



세상의 모든 횡단이여

이곳보다 저곳이 더 아름답기를



-조영래(시인)



바람이 불 때마다 나는 몹시 휘청거렸다. 먹구름이 몰려올 때면 비 오는 거리를 우산도 없이 내달렸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하도 캄캄해서 주먹을 불끈 쥘 때가 많았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 때도 더러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린것들의 눈망울을 부둥켜안고 발버둥 칠 때도 있었다. 삶! 쉽지가 않았다. 남은 돌다리 건너는 동안도 결코 쉽지 않을 듯하다. 아무래도 그렇다. 당신도 그런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사람은 ‘설상가상’으로 눌린 저 발자국을 바라보는 순간 심장이 울컥했으리라.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저곳, 소망의 나라로 횡단 중인 것이다. 끝없는 고난을 건너고 역경을 맞서 싸워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뒤돌아 멀리서 보니 뉘 발자국이 저리도 아름다운가. 당신도 그런가!/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