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오래된 대추나무 한 그루(정이경 시인)

2016-02-28     경남일보
[주강홍의 경일시단] 오래된 대추나무 한 그루(정이경 시인)

가죽만 남은 몸피에 새는 날아와 노래하지 않고

실한 달도 뜨지 않았다

낡은 반닫이에 달린 경첩처럼

붙.박.혀

고향 집을 지키고 있다

짧은 봄이 있었고

우물이 있는 마당에

여름 한낮이 몇 차례의 태풍과 함께 지나갔다

서늘함이 조급해질 무렵

옹이진 가지에서 뱉어내는 온전한 어머니의 방언들

그 문장을 받아 적다가 마르지 않은 수액으로 자란

오래된 나무의 딸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

*굴뚝의 연기가 해를 가리고 초가에 박이 뒹구는 싸리나무 대문집.

그 한켠에 세월의 내력을 지키고 서있는 대추나무. 온몸의 옹이자국이

그의 삶이 순탄치 않음을 말해주지만 안간힘으로 수액을 뽑아 올려 가지를 버티는 저 숭고한 모성은 감동자체이다. 땅심에 내려 버티는 뿌리도 나약해지는 나이. 어머니의 어머니가 된 화자(시인) 저 단단한 목질(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