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창] 남사예담촌이 말을 걸어오다

2016-03-03     박도준

[비주얼창] 남사예담촌이 말을 걸어오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인 남사예담촌을 찾았다. 나지막한 담장 사이로 300년이 넘은 이끼 낀 회화나무 한 쌍이 말을 걸어온다. 우리처럼 서로 기대며 돕고 살라고, 사람이면 더욱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자형 나무 아래로 보이는 200년이 넘는 이씨 고가에서 선비 한 분이 대문을 열고 나와 호통치는 것 같다, 마음의 문을 닫지 말고 열고 살라고. 흙돌담도 말을 건넨다, 높지도 낮지도 않게 눈높이 아래로 담을 쌓고 살라고. 흙돌담도, 나무도, 골목길, 한옥도 모두 비에 젖고 있는데 나만 우산을 쓰고 있다. 그리고 보니 하늘 아래 만물은 비에 젖는데 인간만 비에 젖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일까?

박도준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