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쌍살벌의 비행(천융희 시인)

2016-03-13     경남일보
[주강홍의 경일시단] 쌍살벌의 비행(천융희 시인)
 
한낮 방죽을 따라 서성이다

마른 허공에서 추락한 쌍살벌 한 마리 본다

수면 위 허우적대는 동안

절대 소멸하지 않은 물의 과녁

일순간 파동 치는 저 목숨 부지한

죄다 매순간 필사적이지 않은 생이 어디 있을까

결국 제 몸이 과녁일 수밖에 없는 날生 것들

빠져드는 몸이 주검을 밀어내느라

비껴가느라

절체절명 앞에서 소용돌이치는 비명은

곧잘 둥근 물결로 확장되어 사라지고 만다

불문하고, 죽을 힘 다하는 저것

물가로 겨우 기어오르는 저것을

때론 물의 안쪽으로 더 깊숙이 밀어넣고 싶어질 때

누군가 내 날개 죽지를 자꾸만 지우는 것 같다

사방, 생의 솔기에서 터져 나오는

이 땅 족속들의 비명이 어김없이

저기 저 환한 밤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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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령에서 허우적일 때 나는 과녁이 된다. 퍼덕일수록 커지는 파형, 체념과 저항의 부호 같은 처절한 몸짓과 그 생존의 비명. 시방 사람과 사람들이 이 어둠의 바닥을 치며 질곡한 과녁 속에 갇히고 있다. 삶의 그 경계와 명제.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