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학력에 대한 개념적 전환

박근생 (경남도교육청 장학사)

2016-03-15     경남일보
교육을 통한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믿음은 교육의 가능성과 의미와 가치를 공고히 해주는 기준이다. 이러한 교육의 준거를 가름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 ‘학력(學力)’이다. 하지만 최근에 학력이라는 말보다는 ‘역량’이나 ‘참학력’이라는 말과 용어를 사용하면서 학력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학력’은 이찬승이 지적하고 있듯이 시험성적이었으며, 정의적 영역과 역량을 포함하지 않으며, 민주주의의 실천을 배우고, 책임 있는 시민의식을 키우는 것을 포함하지 않으며,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가르치는 것을 포함하지 않으며, 고등 사고능력을 키우는 것을 포함하지 않으며, 약자는 버리고 강자만 끌고 가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한국교육의 ‘학력’은 선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지식의 양’에 다름 아니었고, 이에 따른 경쟁을 동반한 결과 중시의 학습노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학생들은 거대한 학벌구조에 매몰돼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대학입시에 목매달고 있다.

이러한 비판과 문제인식에 바탕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학력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스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기반으로 한 지식 기반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학력관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핵심역량’이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능력·인성(태도)·기술 등을 포괄하는 다차원적 개념이며, 향후 직업세계를 포함한 미래의 삶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능력이다.

이러한 ‘학력’을 대신하는 역량과 참학력의 개념들은 한국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기존의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학습력, 역량 중심으로 관점을 변화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학력의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목표와 성취 기준을 성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하여 새로운 학력의 개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교육 개혁의 실천적 방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근생 (경남도교육청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