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joy (기쁨의 도시)”

서행련 (창원명지여자고등학교 교감)

2016-03-16     경남일보
과거 인도의 수도였던 캘커타를 부르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city of joy(기쁨의 도시)’가 그것이다. 국민의 80%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며, 굶주림과 고통 그리고 슬픔으로 가득 찬 도시를 굳이 ‘기쁨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다. 릭샤를 모는 가난한 인력거꾼에 대한 이야기이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뛰면서 그들은 인력거를 몬다. 카메라는 끈질기게 인력거꾼의 일상을 쫓아 그들의 삶속으로 따라 들어간다. 어쩌면 덜 받았을지도 모를 품삯, 어쩌면 더 많이 받았을지도 모를 품삯을 따라가며 선의와 악의가 교차한다.

처음 할리우드에서 이 ‘기쁨의 도시’를 상영했을 때,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른바 상업성과 예술성의 행복한 만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인도에서 이 영화가 상영됐을 때 극장 안은 텅텅 비었다. “뻔하고 남루하고 지루한 일상을 굳이 돈을 내고 봐야 할 필요가 있나?” 대신, 그들은 또 다른 극장으로 몰려가 웃기고 행복하고 즐거운 영화를 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좋은 옷을 입고, 그들의 식탁 위에는 열대의 풍요로운 과일이 가득하며 주인공들은 한낱(?) 돈 걱정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욕망하는 모든 것이 갖춰진 삶을 가난한 서민들은 깊이 동경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 희망도 없이 견뎌야 하는 ‘그들의 현실’이 아니라 백일몽처럼 꾸는 꿈의 재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면 그들은 고된 일상으로 돌아온다. 육교 아래 좌판을 펼쳐 놓고 좀처럼 팔리지 않는 좀약을 팔기도 하고, 남의 집 빨래를 대신해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꿈과 현실의 간극이 이처럼 멀어도 그들은 영화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만이 비참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해 주는 유일한 위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캘커타를 ‘기쁨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의 현실을 뛰어넘어 절망 속에서도 찬란히 빛나고 있는 삶의 희망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물질적 풍요로움은 더해가고 있지만, 끔찍한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포장’만큼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서행련 (창원명지여자고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