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목련

2016-03-24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목련

꽃샘추위에 목련 떨고 있다

미처 피어보지 못한 생이

낙화하는 순간

지구에 미진이 인다

어지럽다

-김시탁(시인)



쉬이 허락되지 않은 이별이어서 덜컥 와 버린 봄이 한동안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우리 곁을 툭, 떠나버린 이름 하나. 생애 첫 시집 ‘거미의 전술’을 가슴에 품고 한없이 환했던 그녀, 故김하경(경남문협회원)! 볼우물이 유난히 예뻤던 시인의 미소가 이제 막 꽃망울을 열어젖히는 한 송이 목련에 오버랩된다.

꽃은 지기 위해 피는 것이라지만, 봄의 길목 위 도사리고 있던 꽃샘추위에 서둘러 생을 떨궈버린 그녀의 소식을 들은 우리는 무성한 기억을 풀어헤쳐 애도하는 것이다. 하여 이 별에서 저 별로 건너가는 그녀의 여행이 결코 고독하지 않도록 ‘목련’이라는 디카시를 저 그늘 아래 두고자 한다. 함께했던 추억의 가장자리를 오래토록 서성일 수 있게 말이다./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