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희로애락(喜怒哀樂)

2016-03-22     허훈
◈말숲산책-희로애락(喜怒哀樂)

‘희노애락’과 ‘희로애락’ 중 어느 게 맞을까. 다시 말해 ‘노’로 해야 할까, ‘로’ 해야 할까. ‘로’로 적은 ‘희로애락’이 바른 표기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네 가지 감정인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싫든 좋든 그들은 한 지붕 아래 살기 때문에 희로애락을 함께해야 한다./그는 그의 아버지와 조선의 선인들과 같이 좀처럼 희로애락을 낯빛에 나타내지 아니하고 마치 부처의 모양과 같이 항상 빙그레 웃는 낯이었다.≪이광수, 흙≫”와 같이 쓴다.

왜 ‘노’로 적지 않고 ‘로’로 표기해야 할까. ‘성낼 노(怒)’자가 속음인 ‘로’로 소리 나므로 ‘희로애락’으로 적는다. 한글 맞춤법 제52항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 여기서 ‘속음(俗音)’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일반 사회에서 쓰는 음’을 말한다. 예를 들어 ‘六月’을 ‘육월’로 읽지 않고 ‘유월’로 읽는 따위이다. 이처럼 속음은 세속에서 널리 사용되는 익은소리(습관음)이므로, 속음으로 된 발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게 되며, 따라서 맞춤법에서도 속음에 따라 적게 된다.

속음으로 나는 것으로는 수락(受諾), 쾌락(快諾), 허락(許諾), 곤란(困難), 의령(宜寧), 대로(大怒), 유월(六月), 모과(木瓜), 시월(十月), 초파일(初八日) 등을 들 수 있다. 본음으로 나는 것으로는 승낙(承諾), 만난(萬難), 안녕(安寧), 분노(忿怒), 토론(討論), 오륙십(五六十), 목재(木材), 십일(十日), 팔일(八日) 등을 들 수 있다. ‘희노애락’은 비표준어이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