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비 온 뒤엔 땅도 몸살을 앓는다

김시탁 시인

2016-03-27     경남일보
[주강홍의 경일시단]  비 온 뒤엔 땅도 몸살을 앓는다
김시탁 시인


비 온 뒤엔 땅도 몸이 붓는다

조금만 건드려도 껍질이 벗겨지고

헤진 상처에서 피가 난다

푸석푸석 핏기 없는 모습이 안쓰러워

나무도 살짝 발꿈치를 들어올려 제 키를 키우고

땅을 배고 누워 있던 길들도 일어나 앉으려

꿈틀꿈틀 허리를 뒤튼다

살들이 불어난 저수지는

땅에게 퉁퉁 불어터지도록

젖꼭지를 물려준다

비 온 뒤엔 땅을 밟는 모든 시간도

발목이 부어있다

부운 발목을 감는 붕대처럼 바람도 조심스레

제 몸을 모두 비워 공중으로만 불어댄다

비 온 뒤엔 땅도 몸살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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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몸을 맡긴 땅들은 그 양만큼 부피의 거죽을 드러낸다.

그 단호함 속으로 파고든 신열 같은 것들, 스며든만큼 젖어있다.

아픔은 위로 받아야 하지만 상처위의 말씀은 더 조심스럽다.

눈빛마저도 건너가야 한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