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총선

이수기 (논설고문)

2016-03-30     경남일보
오늘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진흙탕 선거가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쏟아내는 말을 보면 ‘겸양’이나 ‘도덕’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초반부터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민심을 놓고 서로 헐뜯고 치받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봐주기가 어려울 정도다. 인신공격과 막말 욕설에 가까운 표현들이 가득하다.

▶선거전이 과열·혼탁으로 점철된 것은 지역구별 판세가 경합·초박빙으로 흐르면서 각 후보 진영이 조바심과 상호비방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20대 총선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알아볼 수 있어 더 치열하다. 특히 여야 지도부의 거취와 향후 정국 주도권까지 좌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점잖치 못한 선거전을 획책하는 양상이다.

▶선거전이 여야의 격렬한 공방으로 흐르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문제는 논쟁이 정책대결 등 생산적인 방향이 아닌 상대방을 깎아내려 반사이익을 노리는 소모적인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시종하고 있다는데 있다. 우려했던 대로 총선이 진흙탕으로 변하자 벌써부터 지긋지긋한 선거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흙먼지 자욱한 막장 선거판을 심판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어찌 보면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덜 오염된 후보를 가려내는 일만 남은 꼴이다. 물고 물리는 진흙탕 선거전을 벌이면서 표를 달라는 후보들을 보면 참으로 뻔뻔하다. 상호비방이 도를 넘어 ‘진흙탕이 아니라 분뇨가 가득 찬 거름통’같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