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까치집

2016-04-07     경남일보

 

[디카시] 까치집



반공중에 떠 있는 보금자리



우리 모두 비워가는

자유이고 싶다

하이얀 꿈



-하순희(시조 시인)



그리 높지 않은 허공에 얼기설기 제 영토를 마련한 까치집 한 채를 만난다. 아래서 보면 조그만 공의 크기겠지만 실제 1m 안팎이다. 누군가 아낌없이 제 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로서 무성한 기억을 모조리 떨군, 비워낸 겨울나무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풍경이다.메타세쿼이아 골격이 가지를 벌려 까치를 불러들였으니 비로소 알을 낳고 깃들이는 보금자리가 된 것이다.

비운다는 건 나를 조금씩 내려놓는다는 것, 내 자리를 슬며시 내어 주는 것. 그러니까 비운다는 건 공(空)뿐만 아니라 주어진 삶에 충실함으로 붙는 공(供)이라 해도 좋겠다. 단순히 소극적인 허무가 아닌 삶의 방식을 본연에 할애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최근 현대불교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시인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자유로운 비행에 무한한 꿈이 펼쳐지기를…./ 천융희 ·《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