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떻게 죽어야 충혼각에 모셔질 수 있나?

김상홍 기자

2016-04-12     김상홍
합천군은 지난해 3월부터 호국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봉산 정상에 있던 충혼탑을 호국공원으로 이전하고 노후화된 충혼각을 새로 건립하는 사업이다. 올 연말 준공목표로 2만6898㎡(8136평)의 규모에 총사업비 43억4000만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공원 내 충혼각에 모셔질 순국선열 선정기준 문제로 보훈단체 간 갈등을 겪고 있다.

전몰군경유족회는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상해는 엄연히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충혼각에 모셔질 때도 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새로 들어설 호국공원에는 다른 보훈단체와 위패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상이군경회 합천군지회를 비롯한 지역 보훈단체는 예전부터 위패를 함께 모셔두었고 나라가 어려울 때 다 같이 도왔기 때문에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 모두 타당한 주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혼각(忠魂閣)을 만들어 위패를 모시는 것은 과연 무엇을 위한 행위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충혼각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추모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라가 어려울 때 온 국민이 떨쳐 일어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미덕을 장려하기 위한 곳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다 함께 전장으로 내몰렸던 이들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누구는 살아 돌아오고 누구는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인간이 영혼을 가지 존재이고 그리고 죽은 후에도 영혼이 존재한다면 충혼각에 모셔진 전몰군경이 상이군경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을 부끄러워할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오히려 유가족의 주관적인 생각이 전몰군경의 고귀한 희생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