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인간화석

2016-04-14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인간화석


그날,

한 사내의 심장이 멎었고 신경이 굳었다

화려했던 도시도

사랑도 전설이 되었다

폼페이 최후의 그날에

-김임순(소설가)



역사의 베일 속에 가려졌다가 1700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인간화석이다. 그날, 정확히 서기 79년 8월 24일 오전 10시. 이탈리아 캄파니아주에 있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2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문헌상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며 환락의 도시였던 폼페이가 한마디로 비운의 도시가 된 것이다. 한가로운 일상에 갑작스레 닥친 일로 25m 두께의 화산재가 덮쳐버린 실로 엄청난 자연재해였다. 지금도 지구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뒤척이고 있는 화산은 언제 또 파괴와 이어질지 모르는 자연의 강력한 엔진인 것이다.

창졸간(倉卒間)에 화석이 되어버린 저이의 웅크린 몸에게로 화자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물렀으리라. 자연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깨달으며, 영원히 잠들어버린 사내의 심장을 가만히 소설 속으로 이끌어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