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언이상방(一言而喪邦)

이수기 (논설고문)

2016-04-18     경남일보
총선 때 어느 논설위원은 “완장찬 최경환, 이한구로 새누리당 훅 갈라”란 글에서 “친박들이 너무 설치면 새누리당에 독이 될 수 있다” 했다. 친박·비박으로 갈라져서 싸우다가는 진짜로 총선에서 야권의 분열에도 불구, “한 방에 훅 갈수도 있다”고 했다. 총선 초기에 “정신차리자, 한방에 훅 간다”는 당 대표실 배경판의 문구가 일주일만에 “잘하자 진짜”로 바뀌었지만 말 그대로 됐다.

▶무슨 일이든 성실하고 겸허하게 진행한다면 안 될 일도 실패할 일도 거의 없다. 새누리당은 병법에 “장수가 교만하면 반드시 패한다”는 ‘장교자패(將驕者敗)’의 고사처럼 됐다. 아무리 승산이 충분한 싸움이라도 자만심이 들면 끝에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공천위 구성 때부터 친박·비박 싸움질 하는 것을 보고 야권이 분열돼도 잘못하면 “한 방에 훅 가는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야권이 분열된 프리미엄을 누리려면 새누리당은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했는데, 친박·비박으로 분열,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했다.

▶“한방에 훅 간다”고 해석한 논어의 원문은 일언이상방(一言而喪邦)이다. 말 한마디로 온 나라에 곡소리가 난다는 뜻이니 “한방에 훅 간다”는 해석이다. 새누리당은 레이스 초기 당 대표실 뒷면에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경고 문구대로 각오를 다졌다면, 결과적으로 총선 참패의 쓰디쓴 참패의 잔은 안 마셨을 것이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