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고사리

2016-04-21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고사리



휘몰이로 살아내는구나

꺾이기 위하여

다시 돋아나는 넋



-박노정(시인)



걸음을 멈춰 가끔은 왔던 길을 뒤돌아보곤 한다. 움푹 팬 웅덩이엔 자주 빗물이 고여 있어 슬그머니 들여다보면 고개 떨군 내가 아른거리기 일쑤. 사소한 바람에도 여지없이 파문이 일며 ‘삶이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말을 걸어오는 게 아닌가. 이젠 비바람 따위 아무리 몰아쳐도 똑바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매번 고개 꺾여 주춤거리는 우리들이라니.

사면팔방 아직 어린 것들 지천인 이 봄! 지기 위해 피는 꽃들과 꺾이기 위해 다시 돋아나는 넋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마냥 착잡하지만은 않다. ‘고통은 인간을 생각하게 하고, 사고는 인간을 현명하게 만들며, 지혜는 인간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패트릭).’ 그러니 다들 잘 살아내고 있다고 여기, 하롱하롱 꽃잎이 휘날리고…./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