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뒤풀이(옥영숙 시인)

2016-04-24     경남일보
[주강홍의 경일시단] 뒤풀이(옥영숙 시인)
 
기억할까 수줍은 술잔을 건네면서

서로에게 넘치거나 꽝꽝 언 마음이나

한 때는 눈 안에 들고 싶어 키를 세워 발돋움했던,



믿을 것이 못되는 서너 가지 기억에

취기의 살가움은 오랫동안 생생하고

쌀밥을 꼭꼭 씹으면 좋은 안주가 된다는 것도,



출처가 분명한 인연에 매달려서

있는 듯 없는 듯 보호색을 띠며 앉았다가

슬며시 눈치 못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투영한 소주잔에 시선이 부딪히고 저울의 눈금이 힐끔 기울기를 가름하며 약간의 속내를 염탐하여 무릎이 가까워지는 한 판의 술좌석, 스며드는 취기는 추억을 조제하고 타래처럼 헝클고 풀어내며 인연법을 산식하는 동안에도 맨살에 박히는 저 거룩한 언어들이 따갑고 살갑다. 그러나 껍데기와 나, 저 모진 인습의 자전, 붙박이별의 궤도를 요구하고 하고 있었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