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황혼녘

2016-04-28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황혼녘

절실하게 다가왔다

모든 것들의 몸짓이



-김인애(시인)



해 질 무렵이면 저녁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릴 때 있다. 저녁이 곧 밤을 완성하는 아래에 오래도록 서성이다 보면 한 소절 바람의 악보에 마음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몹시 흔들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마음이 무너질 때가 저때이며, 모든 것이 절실하게 와 닿는 순간도 하루 중 이때다. 실낱같은 저 한 줄의 떨림에 감지되는 사물들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두 손 모아 “제발”이라는 간절 앞에 부딪다 보면 어느새 “감사합니다”라는 지점에 와 닿아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등 뒤에서 강하게 이끄는 누군가의 힘이 나를 믿음으로 이끌기 때문일 것이며, 서로를 물들여 함께 걸어온 이들이 눈물겹도록 중보하고 있는 까닭이겠다. 그러니까 잠시 어둠이 예상될지라도 저 너머 아침이 오고 있음을 기억하면 어떨까./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