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곰국 끓이던 날(손세실리아)

2016-05-08     경남일보
[주강홍의 경일시단] 곰국 끓이던 날(손세실리아)
 
노모의 칠순잔치 부조 고맙다며

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왔다

도막난 뼈에서 기름 발라내고

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

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

단골 정육점에 물어보니

물어보나마나 암소란다

새끼 몇 배 낳아 젖 빨리다보니

몸피는 밭아 야위고 육질은 질겨져

고기 값이 황소 절반밖에 안되고

뼈도 구멍이 숭숭 뚫려 우러날 게 없단다



그랬구나

평생 장승처럼 눕지도 않고 피붙이 지켜온 어머니

저렇듯 온전했던 한 생을

나 식빵 속처럼 파먹고 살아온 거였구나

그 불면의 충혈된 동공까지도 나 쪼아먹고 살았구나

뼛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축이며 살아왔구나

희멀건 국물,

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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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거죽을 건드려서 파도를 만들었다. 파도가 또 파도를 만든다. 다만 바다는 사유를 묻지 않았다/ 쇠잔한 강바닥을 새들이 부리로 쪼고 있다. 나도 한 때는 어느 가슴을 파먹은 적이 있다. 오월은 모두의 가슴팍에 상처를 확인하는 달이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