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사라지지 않는 풍경

2016-05-04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사라지지 않는 풍경



강 건너편에 도착한 하루

오늘도 잘 살았다 이만하면 된 거야

내일도 열렬히 달려올 하루

다시 뜨겁게 살기 위해 등불을 켠다



-이미화(독자)



먹빛 산봉우리에 걸린 해가 마치 하루의 종지부를 알리는 마침표처럼 보인다. 그럭저럭 제 본분을 다한 후 스스로를 위무하는 느낌표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강을 건넌 건 저 하루가 아니라 때론 허공을, 때론 물살을 가르며 허우적거린 너이고 나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할 때쯤이면 또 하루가 저만치 가버린 뒤여서, 어제는 망설이다가 오늘은 머뭇거리다가 너를 보내고 만 것이다.

지친 하루를 잠재우며, 하루가 되어 찾아올 내일을 위하여 우리는 강 이편에 밤새 꿈의 등불을 켜두는 것이다. 단 한 번도 그른 적 없는 시간의 허물을 응시하며 이 하루도 둠칫 두둠칫…. 내일은 소포클레스의 명언에 붉은 밑줄 하나 그으며 뜨겁게 하루를 시작해 봄이 어떨는지.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다.’/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