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5월

2016-05-18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5월



엄마 일 가던 그 길에

하얀 찔레꽃

엄마가 그린 정물화.



모내기가 한창인 오월이다.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논마다 가득 채워진 수면으로 어린 벼 잎 찰랑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언덕바지, 들길 휘도는 곳곳에서 때마침 순백의 찔레꽃도 만나게 된다. 시인은 저 항아리에 담겨 그림자를 드리운 찔레꽃 한 아름을 엄마가 그린 정물화라며 마침표를 찍고 있는데….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가수 이연실의 ‘찔레꽃’이라는 노래 가사를 언급한 디카시다. 슬픔의 정서가 극대화한 곡으로 꽃말 또한 그리움과 슬픔이다. 이같이 찔레꽃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가 슬픔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꽃의 개화기가 보릿고개의 허기를 달래던 춘궁기와 맞물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고픔의 고통을 예견했던 찔레꽃을 보며 당시 엄마 얼굴 가만히 더듬어 보자. 깨물면 달짝지근했던 꽃물이었다. 스르르 잠이 몰려오는…./ 천융희 ·《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