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장미를 생각하며(이해인)

2016-05-22     경남일보
[주강홍의 경일시단] 장미를 생각하며(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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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담장에 붉게 피었다, 햇살의 손바닥 밑으로 열정을 온 몸으로 내뱉는 뜨거운5월

겹겹의 꽃잎이 핥고 있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견딘, 지키기 위해 있어야 할 가시 같은 것들, 미로 같은 생의 복판에 암호처럼 피었다, 향기는 몸부림의 냄새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