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똑똑할 필요는 없다

김귀현 기자

2016-05-26     김귀현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각진 화면만 들여다보는 세태를 손가락질하던 말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 상자의 크기가 다소 작아졌다. 한 손바닥에 가득 들어오는 스마트폰이다.

누르기만 하면 튀어나오는 똑똑한 물건을 두고 바보상자라 부르기는 아깝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호칭의 ‘규모’가 조금 더 커졌다. 바로 ‘감옥’이다.

주로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과 합성되어 불리는 일이 잦다. 첫 번째는 ‘사이버 불링(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에 쓰이는 말이다. 중·고생들이 따돌림의 대상인 친구를 채팅방에 초대해 메시지를 퍼붓는 것을 뜻한다. 방을 나가도 다시 초대가 되기 때문에 감옥으로 불린다.

두 번째는 ‘업무의 연장’이다. 집 밖에서 피곤한 하루를 보낸 뒤에도 단체채팅방이나 밴드 등 모임 앱의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리기 때문이다. 나가기 버튼을 누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눈치가 보여 참을 수밖에 없다. 또 답을 하지 않았다간 ‘집합’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에 종일 매여 있는 꼴이 감옥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의 일 평균 이용시간은 3시간 39분이나 된다고 한다. 이만큼 재미있고 간편한 입감도 없다. 하지만 재밌는 감옥 역시 감옥이란 사실은 변치 않는다.

한 가지 제안을 건넨다. 탈출할래야 탈출하기 힘든 감옥, 나가보는 것이 어떨까. 경남스마트쉼센터는 ‘눈에서 멀리’, ‘손에서 멀리’를 권한다. 하루 중 잠시 ‘바보’가 되어도 괜찮다. 똑똑한 전화, 잠깐은 없어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