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2016-05-29     박현영
약 두달 전 친구분들과의 모임에 아버지를 모시러 갔을 때의 일이다. “딸, 딸내미. 내가 이 손으로 느들 키우느라 차~암 고생 많았다. 니 아나?”하시며 술이 얼큰하게 취하신 아버지가 내 손위에 자신의 손을 툭 내려놓으셨다. 순간이었지만 어색해 손을 빼려는 찰나 옆에서 내 어깨를 토닥였다. 아버지 친구분이셨다. “딸~느 아부지가 오늘 기분이 엄청 좋은가 보다. 손 좀 꼬옥 잡아 드려라”하셨다. 처음이었다. 집에선 세 마디 이상 않으시던 분이 상기된 표정으로 내 또래들처럼 이야기하시던 모습이. 그리고 그 자리가…그곳에선 내가 모르던 아버지들의 꿈과 젊음, 무심코 흘러간 세월이 있었으며 힘들어도 치열하게 살아낸 오늘이 있었다.

그날 그 자리에서의 모습이 잊히질 않아 몇 주 뒤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무작정 거리를 나섰다. 아들딸 키우며 있었던 일들은 무심한듯 추억을 꺼내 말해주셨지만 손을 찍고 싶단 말에는 단호히 거절하시거나 좋게 타일러 돌려보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비슷하게 돌아온 대답들은 “그런 거 안해. 내 손은 나도 싫어. 못생겨서”나 “뭐 대단하다고 고생한 손을 찍으려 그래. 곱고 이쁜 손 찾아 찍어요”였다. 가슴이 먹먹해져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 집에 돌아가거든 무심히 방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여러 해 동안 내 손을 든든히 잡아주신 나와 똑 닮은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 드리는 건 어떨까. 모든 세월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치열하게 살아내고 돌아오신 오늘이나마 녹여 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