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주육(行尸走肉) 노인

이수기 (논설고문)

2016-06-09     경남일보
오는 2050년이면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노인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노인 인구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하나 그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빨라 걱정이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준비가 너무 미흡하다. 고령화가 발등에 떨어진 심각한 문제인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한가하기만 하다. 고령화 대책이 단기처방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공적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노후 소득보장 체계를 갖춘 가구 비율이 14%에 불과하다. 노인복지 예산도 국내총생산(GDP)의 2%를 하회해 OECD 국가 중 바닥권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사실상 100세 시대를 맞았지만 준비 없는 노후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뿐이다.

▶고령화 파고가 거세지만 벌어 놓은 건 자녀결혼, 자녀 학비 등 자식 뒷바라지에 다 쓰고 은퇴 후 마땅한 소득이 없으니 가난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병이라도 나면 결국 빚이 늘어 최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노병에 대해 오진도 문제지만 모르는 병도 무섭다. 가장 안타깝고 한심스러운 것은 원인이 명확한데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는 일이다. 복지가 미흡해 기본생활마저 못하는 노인 중에는 걸어다니지만 행시주육 (行尸走肉:살아 있는 송장이요, 걸어다니는 고깃덩어리라는 뜻으로, 쓸모가 없는 사람)과 같은 노인도 있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