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수형(受刑)

2016-06-08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수형(受刑)

평생 붙박이로 사는데

무슨 죄로

철창 안에 갇혀 사는지



-나석중



어느 목숨이든지 간에 피었다 지는 일 앞에서는 공평한 일이겠으나 여생이 저토록 수형이라니, 0.7평 쪽방의 버림받은 황혼들을 생각나게 하는 디카시로 읽어낸다면 무리일까? 저 어두운, 저 축축한 곳에서의 삶이라면 형벌에 형벌을 더하는 가형(加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하지만 끝끝내 침묵으로 일관하는 저 짙푸른 붙박이의 삶을 보라. 자신을 방임한 자식들을 원망하거나 독거로 인해 오는 고독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속내를 누가 모를까. 점차 사라지고 있는 효(孝)가 아닌가. 끝내 울먹이고 마는 저들의 상처가 시커멓게 물들고 있음이다. 그나저나 곧 다가올 혹서기로 또 얼마나 많은 목숨이 안타깝게 저물 것인지 말이다./ 천융희 ·《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