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6/23)-먹지 않고, 안 먹고

2016-06-21     허훈
◈말숲산책(6/23)-먹지 않고, 안 먹고


‘않다’와 ‘안’의 용법과 표기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않다’는 동사나 형용사 아래에 붙어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용언 ‘아니하다’의 준말이다. ‘그는 이유도 묻지 않고 돈을 빌려주었다./건강이 좋지 않아서 여행 가는 것을 포기했다.’와 같이 쓴다. ‘안’은 용언 위에 붙어 부정 또는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아니’의 준말이다. ‘비가 안 온다./이제 다시는 그 사람을 안 만나겠다.’와 같이 쓴다. 다시 말해 동사나 형용사에 덧붙여 함께 서술어를 구성할 때에는 ‘않다’를 쓰고, 서술어를 꾸미는 역할을 할 때는 ‘안’을 쓴다.

‘아니/안’이 쓰인 것은 ‘단형 부정’, ‘-지 아니하다/않다’는 ‘장형 부정’이다. 둘 다 ‘안 부정문’인데 ‘-지 않다’로 표현하는 것은 ‘긴 안 부정문’, ‘안’을 써서 표현하는 것은 ‘짧은 안 부정문’이다. ‘별로’는 ‘별로 좋지 않다,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별로 맛있지가 않다’와 같이 긴 안 부정문에서 쓰이는 것이 전형적이지만, ‘별로 안 좋다, 별로 안 어울린다, 별로 안 맛있다’와 같이 짧은 안 부정문에서도 쓰일 수 있다. 제목에서 긴 부정문은 ‘먹지 아니하고/않고’이고 짧은 부정문은 ‘아니 먹고/안 먹고’이다.

‘않다’와 혼동되어 쓰이는 것으로는 ‘아니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니다’는 서술격 조사 ‘이다’에 대응하는 부정 표현으로 서술격 조사 ‘이다’가 쓰인 문장을 부정할 때 사용되는 형용사로 본용언이다. ‘본동사+지’ 구성에 연결되는 보조용언으로 ‘아니다’를 써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아니다’는 ‘그는 군인이 아니다.’처럼 ‘A는 B가 아니다’와 같은 구성에서 사용된다. 간추리면 ‘안/아니’는 짧은 부정어로 동사나 형용사 위에 붙어 부정의 뜻을 나타내고, ‘않다/-지 아니하다’는 긴 부정어로 동사나 형용사 아래에 붙어 부정의 뜻을 더한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