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여성 노린 범죄, 문제는 사회다

김귀현 기자 (취재2팀)

2016-06-27     김귀현
지난달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외벽은 색색의 포스트잇으로 가득찼다. 올해 스물 세살이던 여성이 죽어나간 화장실서 불과 수 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화장실에 들어왔던 일곱번 째 사람이자 첫 번째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잊혀질 수도 있었던 사건은 그렇게 전국을 달궜다. 온라인에서는 해쉬태그(Hashtag, 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이 용이하도록 정보를 묶는 기호)가, 오프라인에서는 포스트잇이 추모의 매개체가 됐다. ‘나’ 일수도 있었다는 분노와 불안감이 이유였다.

그래서 올해 언론에서 다뤘던 사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벽돌로 머리를 때리고, 길 가던 사람을 붙잡아 음란행위를 했다. 이별을 요구한 여성에게, 길을 혼자 지나던 여성에게 일어난 범죄였다. 범죄의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취재 당시 한 전문가는 “어떤 도움 없이 여성 혼자서도 안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호주 정부는 Let’s stop it at the start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 시작부터 멈추자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여자가 밤 늦게 돌아다닌 것이 문제’라는 시각을 ‘폭력’으로 규정했다.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범죄는 사회에서, 가해자에 의해 일어난다. 과연 문제는 여성일까. 진짜 문제는 사회의 곳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