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이무기

2016-06-28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이무기



물비늘 한 겹 껴입을 동안 천 년이 흘러가고

다시 또 천 년 흘려보내면

이 푸른 기억 다 벗을 수 있을까

물 밖이 하늘이고 하늘 속엔 물빛 흠뻑 한데

천 년이 다시 하루 같네



-이기영(시인)



죽어 물속으로 쓰러져 오래된 나무가 마치 이무기의 형상을 닮았다고 여긴 것이다. 이무기란 용이 되기 전 상태의 구렁이로 천년 동안 물속에서 살생을 금하고 사는 수련의 영물이며, 전해져오는 여러 야사들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상상의 동물이다.

최근 매체를 통해 ‘잠룡(潛龍)’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아직 하늘을 오르지 않고 물속에 숨어 있는 용이라는 뜻인데, 차기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꿈에 푹 빠져 있는 정치인들에게 함부로 붙여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용이 되어 승천하기까지 1000년이라는 세월의 수련이 필요함을 되새겨 볼 일이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저 물속 잠룡처럼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한사람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