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예부터'일까, '옛부터'일까

2016-06-28     허훈
◈말숲산책-'예부터'일까, '옛부터'일까

‘예부터’와 ‘옛부터’ 중에 어느 것을 써야 할까. 우선 ‘예’와 ‘옛’의 품사를 살펴보자. ‘예’는 명사이고, ‘옛’은 관형사이다. ‘예’는 주로 ‘예나’, ‘예로부터’ 꼴로 쓰인다. ‘꼼꼼한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이 바위에는 예로부터 괴이한 전설이 하나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등. ‘지나간 때의’의 뜻인 ‘옛’은 ‘옛 자취/옛 추억/옛 친구/10년 뒤 찾은 고향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등과 같이 관형사로 체언 앞에 놓여서 그 체언의 내용을 자세히 꾸며 주며, 조사도 붙지 않고 어미 활용도 하지 않는다.

조사(助詞)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이나 부사, 어미 따위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품사다. ‘예’는 명사이므로 조사 ‘부터’가 붙을 수 있다. 하지만 ‘옛’은 관형사로 조사를 붙일 수 없다. 따라서 ‘예부터’는 바른 표기이고, ‘옛부터’는 틀린 표기이다. ‘옛’은 ‘옛 기억’과 같이 명사를 수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후속하는 명사와 복합어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옛일, 옛이야기, 옛적, 옛날, 옛사랑, 옛정’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요즘은 ‘예’를 써야 할 자리에 ‘옛’을 쓰는 경우가 흔히 있다. ‘옛부터 즐겼던 미숫가루’에서 ‘옛부터’는 ‘관형사+조사’의 구성이 되어 국어 문법에서 벗어났다. 마찬가지로 ‘옛스런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도 ‘관형사+접미사’로 문법 틀에 맞지 않다. 각각 ‘예부터, 예스러운’으로 해야 바른 표기가 된다. 부사로는 ‘예스레’가 있다. ‘예’와 ‘옛’은 품사로 구별하면 쉽다. 명사인 ‘예’는 조사가 붙을 수 있고, 관형사인 ‘옛’은 조사가 붙을 수 없다. ‘예(로)부터’가 맞고 ‘옛부터’가 틀린 이유는 명확하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