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 경일시단] 소금(장석주)

2016-07-24     경남일보
[주강홍 경일시단] 소금(장석주)
 
아주 깊이 아파본 사람처럼 바닷물은 과묵하다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

현무암보다 오래된 물의 육체를 물고 늘어지는

저 땡볕을 보아라

바다가 말없이 품고 있던 것을 토해낸다

햇빛을 키우는 것은 단 하나다

한 방울의 물마저 탈수한 끝에 생긴 저 단단한 물의 흰 뼈들

저것이 하얗게 익힌 물의 석류다

염전에서 익어가는 흰 소금을 보며

고백한다, 증오가 사랑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었음을

나는 여기 얼마나 오래 고여 상실의 날들을 견디고 있었던 것일까

아주 오래 깊이 아파본 사람이 염전 옆을 천천히 지나간다

어쩌면 그는 증오보다 사랑을 키워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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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증오와 사랑은 원래 한 묶음이다. 젖은 것들의 실체는 시간들 속에서 모두 앙금으로 남는다. 흔들수록 더 출렁인다. 과묵히 견디는 것은 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증발되는 증오 속에서 바닥의 사랑을 사랑한다는 것은 아픔을 견디어 보지 못한 사람은 함부로 알지 못한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