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어머니

2016-07-27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어머니



어제에서 오늘로 또 내일로

그 어떤 삶의 무게에도 끄떡 않으시는



덜컹거릴 때마다 나를 꽉 붙들어 주신



아! 세상의 모든 어머니



-김영숙(고성·2016년 어르신 문화동아리 작품)



나를 이 세상 골짜기에 처음으로 불러낸 어머니. 빗살무늬처럼 수놓은 얼굴 위 깊은 골짝처럼 팬 주름은 누가 데리고 왔는지. 매일매일 해결해야만 했던 삶의 문제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과연 몇 톤쯤의 무게였는지 말이다. 똑바로 걷지 못하여서 매번 덜컹거릴 때마다 뜨거운 혈육의 고리로 나를 꽉 붙들어 주신, 이젠 팔순의 노모.

자식들 위해서라면 칸칸이 그 어떤 무게에도 꿈쩍 않으신 저 녹슨 흔적들. 하지만 언제부턴가 치매로 덜컹거리기 시작한 우리의 어머니. 이젠 그 삶의 무게를 내려놓으시려는 걸까. 기억마저도 깨끗이 비우시느라 점점 가벼워지는 그녀의 침상을 슬며시 붙들어 본다. 혹서(酷暑)가 지나면 곧 가을이겠지. 기찻길 옆으로 한없이 이어질 스크린도어. 세상 모든 어머니를 닮은 코스모스가 사방 휘날리겠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